한국 바이오 산업의 역사와 발전 과정 (태동과 성장 & K-바이오)
한국 바이오 산업은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빠른 성장을 이루어 왔습니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생명공학 연구와 기술 개발이 1990년대에 본격적인 산업화로 이어졌으며, 2000년대 이후 바이오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유전자 치료제, 백신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 바이오 산업의 역사와 발전 과정을 단계별로 살펴보겠습니다.
1. 1980년대 – 한국 바이오 산업의 태동
1980년대 초반부터 학계와 산업계는 세계적으로 태동기에 있던 유전공학의 학문적, 산업적 가치를 인식했고 이를 국내에 소개하면서 관련 조직들을 만들어 나갔다. 1982년 학계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한국유전공학학술협의회’는 외국의 첨단 바이오기술을 국내에 도입하면서 유전공학에 대한 연구자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한편, 향후 바이오산업의 근간이 될 연구 인력을 양성하는 데에도 주력했다. 대기업 중심의 ‘한국유전공학연구조합’은 유전공학 기술을 산업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조심스레 타진하면서 바이오산업의 육성을 위한 제반 조건들을 개선하는 데 힘을 쏟았다. 학계와 산업계의 적극적인 활동은 정부의 관련 법규 법제화 및 정부출연연구기관 설립으로 뒷받침되었는데, 정부는 1983년 ‘유전공학육성법’을 제정하고 유전공학 진흥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다. 이처럼 1980~1992년 사이 학계, 산업계, 정부는 각자의 영역에서 유전공학 연구와 산업화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고, 이를 통해 국내 바이오산업이 태동하기 시작했다.
2. 1990년대 – 바이오 산업의 기틀 마련
1990년대는 한국 바이오 산업이 본격적으로 산업화되는 시기였다. 정부는 1994년 ‘제1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을 발표하며 바이오 기술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바이오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였으며,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바이오의약품 연구에 뛰어들었다.1992년 설립된 바이오니아의 성장은 바이오 벤처 창업의 자극제가 되었고, 이듬해 정부가 발표한 ‘제1차 생명공학육성 기본계획’은 국가적 차원의 바이오산업 지원을 약속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바이오 벤처가 산업계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창업 및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제도적 환경부터 안정적인 연구개발 자금 확보까지 실제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았다. 전자의 어려움은 1997년 제정된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으로 일정 정도 해소되었는데, 이 법은 벤처기업의 자금 및 입지와 관련된 혜택을 부여하여 원활한 사업 운영을 도모한 것 외에, 벤처기업에 참여할 연구인력에 관한 규제를 완화하여 학계의 폭넓은 인재들을 유인했다. 1996년 개장한 코스닥 시장은 벤처기업이 연구개발 및 사업운영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통로를 열어 주었다. 바이오 벤처의 활발한 창업과 정부의 지원정책을 주시하던 벤처캐피탈은 바이오산업의 가능성에 투자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초기 투자비용이 크고 연구개발 기간이 긴 바이오 벤처로서는 벤처캐피탈의 투자가 큰 영향을 미쳤다. 벤처캐피탈과의 결합을 통해 본격적으로 자본 시장에 편입되기 시작한 바이오 벤처는 한편으로는 무한한 성장을 기대할 수도 있었지만, 이와 동반되는 위험(불안정한 투자 환경과 도덕적 해이)도 감수해야 했다
3. 2000년대 – 바이오 의약품과 백신 산업의 성장
1997년 말 IMF 구제금융의 여파로 재정적 압박을 받기도 한 바이오 벤처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 육성정책과 벤처캐피탈 등의 투자에 힘입어 1999년 이후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그렇지만 2002년 이후에는 나스닥 버블의 붕괴와 함께 국내에서도 벤처 붐이 꺼지면서 코스닥 시장의 부진과 투자환경 악화로 바이오 벤처는 일시적인 침체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다른 분야에 비해 기초적인 연구개발 및 상품화에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자본을 투자해야 하는 바이오 분야의 특성을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그렇지만 시장의 흐름에 맞추어 위축되었던 바이오 벤처들은 기술성평가제도의 도입과 우회상장 등 시장의 규제가 완화되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일시적인 침체에 빠졌던 바이오 벤처들은 기술성평가제도와 우회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등록, 연구개발과 사업운영을 위한 자금을 다시 확보할 수 있었고, 여기에 정부의 정책적, 제도적 뒷받침과 대기업의 바이오산업 투자가 결합되어, 바이오 벤처는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 바이오 산업은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특히,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09년에는 셀트리온이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Remsima)’를 개발하며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한편, 2000년대 초반부터 백신 산업도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2009년 신종플루(H1N1) 팬데믹 당시 녹십자가 국내 최초로 국산 백신을 개발하며 바이오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후 SK바이오사이언스, GC녹십자 등 다양한 기업들이 백신 개발에 나서면서 한국은 백신 자급화를 이루게 되었다.
4. 2010년대 – 글로벌 바이오 시장 진출
2010년대는 한국 바이오 산업이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한 시기였다. 특히, 바이오시밀러와 위탁생산(CMO) 산업이 크게 성장하며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이 활발해졌다. 2012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설립되면서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DMO) 시장에 뛰어들었고, 단기간에 글로벌 CMO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2016년에는 셀트리온이 유럽과 미국 시장에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출시하면서 한국 바이오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한층 강화되었다. 또한, 유전자 치료제 및 세포 치료제 연구도 활발해졌다. 헬릭스미스, 메디포스트, 코오롱생명과학 등이 세포 치료제 개발을 본격화하며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집중하였다. 2010년 국내 바이오의약품 시장규모는 4,662억원이었고, 2015년에는 1조3,529억원으로 성장했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인한 세계적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2010년까지 61개 바이오 벤처기업이 상장되었다.
5. 2020년대 – K-바이오의 도약
2020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한국 바이오 산업은 더욱 빠르게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SKYCovione)’을 출시하며 글로벌 백신 시장에 진출하였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을 맡으며 CMO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였습니다. 또한 SK바이오팜이 우리나라 최초로 Best In Class 간질치료제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또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차세대 바이오 기술인 유전자 치료제, 면역 항암제, mRNA 백신 개발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정부 또한 ‘바이오헬스 국가 비전’을 발표하며 바이오 산업을 국가 핵심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결론: 한국 바이오 산업의 미래 전망
한국 바이오 산업은 불과 40여 년 만에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초기에는 단순한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렀지만, 현재는 바이오시밀러, 백신, 유전자 치료제, CMO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향후 한국 바이오 산업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유전자 치료제 및 세포 치료제 시장 확대
AI 기반 신약 개발과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성장
글로벌 바이오 CMO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
희귀질환 및 면역항암제 연구 활성화
한국은 이미 바이오 강국으로 자리 잡았으며,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글로벌 협력을 통해 미래 바이오 산업의 선두 주자로 도약할 가능성이 큽니다.